Skip to content Skip to footer

국민일보: 교우와 ‘거룩한 습관’ 훈련… 연령대별 소그룹서 경험 나눠

[홀리 해빗] <2부> 거룩한 DNA를 교회에

광주 성실교회(김성일 목사) 청년 성도들이 지난 2일 주일예배 후 모임에서 ‘홀리 해빗’ 교재를 활용해 일상 속 고민과 기도제목을 나누고 있다.

지난 2일 전남 광주 성실교회(김성일 목사)에 들어서자 전형적인 상가교회의 주일 풍경이 펼쳐졌다. 영유아 포함 30여명이 함께 드리는 주일예배는 자연스레 전 세대 연합예배가 됐다. 담임 목회자가 청년들과 찬양팀을 이뤄 예배를 이끌자 다음세대부터 장년세대까지 다양한 성도들이 장의자에 함께 앉아 찬양을 따라 불렀다. 예배당 한 편 자모실로도 쓰이는 목양실에선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동시에 들려오며 설교와 맞물렸다. ‘기도’를 주제로 강단에 선 김성일(53) 목사는 “기도가 변화의 첫 번째 호흡”이라며 성경 속 다니엘 이야기를 꺼냈다.

“다니엘의 인생을 보면 ‘얼마나 고달팠을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쁠 때와 슬플 때, 고난당할 때도 기도하는 습관이 흔들리지 않았지요. 기도 습관이 정착하기까지는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고되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우리가 감당하려고 할 때 하나님은 분명 힘을 주십니다.”

예배 후 예배당 뒤편은 아담한 식당으로 바뀌었다.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 한 가족처럼 식사 교제를 나누는 성도들을 바라보던 김 목사는 “예배 후 1시간 정도 편안하게 식사하면서 한 주 동안 기다려온 시간을 준비한다”고 소개했다.

오후 1시가 되자 예배당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 목사는 “식당 모드에서 카페 모드로 전환하는 순간”이라며 웃었다. 네 개의 소그룹(성인 남성, 여성, 주일학교, 청년)으로 나뉜 성도들은 예배당 곳곳에서 ‘홀리 해빗’ 교재를 보며 간식과 함께 대화 꽃을 피웠다. 20대 또래 청년들이 모인 곳에선 이날 설교에 등장한 키워드가 일상 속 고민거리들과 어우러졌다.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늘 정규직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함께 기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안정을 주는 것 같아.”(김예지·28)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다 보니 하나님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휩쓸려 갈 것 같은 불안함이 있어요. 골방에 들어가서 기도했던 다니엘처럼 믿음의 불안정성을 붙잡아 주시길 바라는 기도를 하게 돼요.”(김찬서·20)

이야기를 듣던 예지씨 동생 현지(26)씨는 “주일 모임에선 언니와 집에서도 나누지 못하던 일상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며 “서로의 아픔을 발견하고 세밀한 기도 제목을 나눌 때마다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선 60~70대 남성 성도 모임이 한창이었다. 강정구(63) 장로는 “큰맘 먹고 100일 감사노트를 써봤는데 습관이 되니 안 쓰면 허전해져서 300일 감사노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험담을 나눴다. 김희오(72) 장로는 “전엔 모이면 주식, 정치 얘기를 주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경직되곤 했는데 지금은 삶 속에 드러난 하나님 얘기를 나눈다”며 “예배 후 같은 주제로 대화하다 보니 월요일을 맞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고 했다.

장년 여성 성도들 모임에서도 자녀 교육, 살림살이 등의 일상 나눔에 ‘기도’라는 키워드로 접목돼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옆에서 모임에 방해되지 않게 세 살배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재우던 김 목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한 주 동안 기다려온 시간’이라던 김 목사의 설명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교회 친교 실태’ 조사 결과는 성도 간 친밀도와 교회 내 소그룹 참여의 연관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개인의 내면적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소그룹 모임에 참여하는 성도(51%)가 비참여 성도(2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개인적 실수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응답도 소그룹 참여 성도들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응답자들은 성도 간 교제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개인의 성격과 라이프스타일 차이’(32%)를 첫 번째로 꼽았다. ‘세대 간 연령 및 의식차이’(19%) ‘신앙의 차이’(12%) 등이 뒤따랐다.

김 목사는 “2023년 12월 처음 교회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성도들 대화에 공동체성이 부족하고 처음 온 성도가 모임에 어울리기 어려웠다”며 “지난해 12월 처음 ‘홀리 해빗 무브먼트’에 대해 듣고 이를 적용하면 소그룹에서 건강하게 삶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지난 1월 무브먼트에 동참하는 ‘프론티어 처치’에 참여한 뒤로 3~4주간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처음엔 성도들이 어색해하고 성향이 적극적인 사람만 말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점차 소소한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자연스런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어느덧 누구나 모임에 들어와도 가족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교회 안에 웃음이 늘어났다는 점이 가장 반가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성실교회를 포함해 세종한소망교회(김현희 목사) 경기도 고양 주심교회(성정한 목사) 천안 생명시내교회(박성훈 목사) 등 전국 4개 교회가 프론티어 처치로서 이 같은 습관을 적용하고 있다.

김 목사는 “프론티어 처치가 마중물이 돼서 거룩한 습관이 정착된 교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광주=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41567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