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위한 2기 사역 힘 쏟을 것”
[대담] 정년보다 5년 조기 은퇴 선언
김은호 오륜교회 목사의 비전
김은호(65) 오륜교회 목사가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1989년 서울 강동구 길동 상가 2층에서 아내와 재수생 조카, 조카 친구 등 3명 성도와 100만원으로 시작한 안디옥교회가 뿌리인 오륜교회는 35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초교파집회인 다니엘기도회와 대안학교인 꿈미학교를 통해 기독교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다음세대에 신앙을 계승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오륜교회는 청년 비율이 중장년층보다 높다. 교단이 정한 은퇴 나이보다 5년 앞서 강단에서 내려오는 김 목사는 2기 사역을 통해 목회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고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사역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김 목사를 강동구 교회에서 만났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지난달 말 공동의회에서 조기 은퇴안과 후임 목사 결의안이 통과됐다. 12월 은퇴 예배를 드린다. 많이 섭섭할것 같다.
“은퇴를 앞두니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오래 전부터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으면 다니엘기도회에 집중하고 외부 집회를 인도하며 살아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막상 은퇴를 목전에 두니 막연했던 계획이 2기 사역으로 구체화됐다. 그동안 지역교회 목사들을 만나면서 3040목회자 멘토링이 필요하단 걸 느끼게 됐다.
주변에서 ‘유학도 다녀오지 않고 상가에서 개척해 대형교회 일군 경험이 목사들에게 큰 격려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개척의 어려움과 아픔을 정말 잘 아는 내 경험을 나눠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하나님. 새벽기도회에 쥐 한 마리라도 들어오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는 어떤 목사님의 고백이 사실 내가 걸어온 삶이었다. 이런 경험을 나누며 3040목회자를 격려하고 싶다. 새로운 사역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가장 보람 있었던 사역은 뭔가.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부교역자들과 나눈 이야기인데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상상할 수 없이 큰 은혜를 받았다. 내 생각을 뛰어넘는 은혜를 주셨다. 초교파로 사역한다는 이미지도 주셨다. 연합을 이룰 수 있는 그런 교회와 목사로 세워주신 게 무엇보다 감사하고 보람 있는 부분이다. 상가교회 때부터 연합과 이웃 섬기는 일에 앞장섰다. 힘이 있어 한 일이 아니었다.
오래 전 이웃 교회에서 불이 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교인들이 교단도 달랐던 그 교회를 위해 특별헌금을 모아 전했다. 하나님이 이런 DNA를 보시고 복 주신 것 같다. 아쉬움은 딱히 없다. 조기 은퇴하는 것을 두고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각자 맡겨진 사역이 다를 뿐이다. 그분들을 존중한다. 돌아보면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심지어 반대하는 분들을 통해 늘 정신을 바짝 차렸던 것 같다.”
-1989년 교회 개척해서 지금까지 35년 동안 1기 사역을 하고 2기 사역에 나서는데.
“70세에 은퇴하면서 2기 사역이라 하면 그건 노욕이다. 새 사역을 위해 하나님께서 일찍 내려놓게 하셨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실 2기 사역은 ‘DNA 미니스트리’로 대표된다. 이는 ‘다니엘’의 ‘D’와 ‘넥스트 제너레이션(다음세대)’의 ‘N’, 가속을 뜻하는 ‘액셀러레이터’의 ‘A’를 합친 조어다. 다니엘처럼 신실한 주님의 다음세대를 확산한다는 의미다. 다음세대의 도약을 돕는 사역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3040목회자 멘토링과 열방의 선교사 양육도 포함된다. 복음 안에서 부흥과 성장을 동력화하는 사역이 바로 2기 사역의 핵심이다.”
-2기 사역을 위한 교재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다니엘서에서 21개 키워드를 찾았고 이를 기반으로 책을 쓰고 있다. 이 책은 DNA 미니스트리의 교재로 활용하려 한다. 책은 각 키워드를 바탕으로 21개 과로 집필 중이다. 이를 통해 성장과 성숙의 DNA를 이식하고 싶다. 책은 세대별로 접목하기 위해 다양하게 만들 예정이다. 접목은 습관의 산물이지 않은가.
교재가 나오면 오륜교회 청년국이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만들고 ‘꿈미’는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맞춘 교재를 별도로 제작하려 한다. 다니엘의 영적 DNA를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거룩한 계승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음세대부터 장년까지 하나님께 뜻을 정하고 순결하게 살고 기도하는 습관을 지녀 결국 선한 영향력이 확산할 거라 믿는다. 2기 사역의 범위는 전 교회다. 오륜교회를 뛰어넘는 사역이 될 전망이다.”
-2기 사역의 핵심 중 ‘흘려보내는 사역’이 있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보통 세미나 등은 회비 받고 회원을 모집한다. DNA 미니스트리는 다르다. 흘려보내는 사역이다. 이를 위해 오륜교회가 예산도 책정해 주셨다. 연말에는 교인들에게 2기 사역의 취지를 설명하고 후원도 받을 예정이다.
3040목회자 멘토링을 예로 들면 경기도 가평 오륜비전빌리지로 목회자 부부와 자녀들까지 초청해 강의도 듣고 친교도 나누고 근처 남이섬 등으로 관광도 하는 식이다. 위로와 회복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 이 또한 교단을 초월해 우리나라 모든 교단을 아우르고 싶다. 흘려보낸다는 건 결국 전적인 돌봄과 지원을 의미한다.”
-돌봄의 영역이 선교사를 비롯해 현재 사역 중인 목회자들도 포함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선교사 영성 수련회도 큰 관심사다. 해마다 4개국을 찾을 예정이다. 내년에도 멕시코 칸쿤으로 선교사 30여 가정을 초대한다. 선교사 가족이 참여하는 만큼 선교사 자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의료 봉사도 함께 진행된다. 이후 페루로 가 또다시 선교사 가정을 위로한다. 캄보디아와 베트남도 준비하고 있다.
지방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아픔도 크다. 오륜교회가 그동안 ‘사모 리조이스’를 통해 사모를 위로했는데 앞으로는 ‘목사 리조이스’도 진행하려 한다. 매년 9월 500명 목회자를 호텔에 초대해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고 싶다. 모두 보람이 큰 사역이다.”
-주경훈(47) 목사가 후임으로 정해졌다. 당부의 메시지가 있었을텐데.
“13년 동안 함께 사역한 주 목사님과는 비전을 공유하는 사이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오륜교회 담임은 교회가 지향하는 DNA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주 목사님은 잘 준비된 후임 목사다. 교회를 잘 이끌어 주실 것이다.”
-최근 열렸던 국민미션포럼에서는 챗GPT가 비서 역할은 할 수 있어도 목회자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교회가 세상에 제시해야 할 비전을 말해 달라.
“아침에 묵상한 내용이다. 엘리야가 세상 떠날 때 엘리사가 ‘성령의 능력을 갑절로 달라’고 구했는데 이는 스승을 뛰어넘겠단 뜻이 아니다. 영적 암흑기가 시작될 텐데 그때 필요한 게 더욱 강력한 성령의 역사이기 때문이어서다.
과학이 발전해 마치 하나님이 필요 없을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영적인 존재다. 이럴 때일수록 공황장애나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복음의 역할이 분명 크다. 교회도 과학 문명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컴퓨터를 짐승의 숫자인 ‘666’이라고 경계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난센스인가. 과학 지상주의 시대일수록 영성이 깊어져야 한다. 더욱 기도하고 강력한 하나님의 임재 속에 살아야 한다. 한국교회 비전의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만이 이 시대의 희망이고 영혼을 살릴 수 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26443&code=2311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