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Skip to footer

국민일보:이스탄불에 모인 전 세계 여선교사들 “힐링이 필요해”

DNA미니스트리, ‘2024 세계 한인 여선교사 여성수련회’ 섬김 나서
전 세계 42개국서 여선교사 120여명 참석

2024 세계 한인 여선교사 영성수련회 참가자들이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한 호텔 콘퍼런스홀에서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DNA미니스트리 제공

“지금부터 미스 헤븐(Miss heaven) 입장하겠습니다!” 왕관을 쓰고 세계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각자 몸에 사선으로 띠를 두른 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한 호텔 콘퍼런스홀로 입장했다. 저마다의 띠에는 ‘퀸 오브 러시아’ ‘퀸 오브 탄자니아’ 등 국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명 미인대회 현장이 아니다. 16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2024 세계 한인 여선교사 영성수련회 모습이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여선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영성 수련회엔 전 세계 42개국에서 모인 120여명의 선교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2024 세계 한인 여선교사 영성수련회 참가자들이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한 호텔 콘퍼런스홀에서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DNA미니스트리 제공

현장엔 의료, 미용, 사진으로 나뉜 세 개의 ‘리조이스 공간’이 마련됐다. 의료팀에선 유방, 갑상선 초음파 검사, 안과 치과 검진, 통증 클리닉과 주사치료를 준비했다. 녹록치 않은 사역 상황 때문에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자신의 건강 상태를 검진하는 선교사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묻어났다. 태어나 처음 눈썹문신 시술을 받아보고, 헤어디자이너의 손에 머리를 맡겨 보고, 전문 포토그래퍼 앞에서 프로필 사진 포즈를 취해 보는 이들에게선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행복이 엿보였다.

방글라데시와 조지아에서 23년째 사역해 온 임영심(53) 선교사는 “집에서 혼자 머리카락을 깎아온 지 20년이 넘었는데 오늘은 청담동 헤어숍에 온 거 같다. 3박4일간 선교사들과 거룩한 수다를 신나게 떨고 싶다”며 웃었다.

여선교사가 DNA미니스트리 의료팀의 안내로 치과 치료를 받는 모습. DNA미니트스티 제공

세계한인여선교사회(회장 이미숙 선교사)는 과거 해마다 여선교사대회를 개최할 만큼 활발하게 모임을 이어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선교사들의 연대의 장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선교사들의 눈물겨운 수고와 헌신을 응원하기 위해 마음 모은 성도들은 멈춰있던 연대의 톱니바퀴를 다시 돌리게 했다. 바로 DNA 미니스트리(대표 김은호 목사)의 이름으로 이번 수련회를 준비해 온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 성도들이다.

7개월여 전부터 선교사들과 소통하며 수련회를 기획해 온 김명선 부목사는 “40여명의 준비팀을 구성한 직후 선교사들의 현지 기도제목을 청취해 매주 기도하며 손편지를 준비하고, 어떤 시간으로 나흘을 채우는 게 좋을 지 고민했다”며 “수련회 기간만큼은 조력자가 아닌 주인공이 되어 충분한 쉼을 누리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수련회 계획표엔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특강 대신 ‘그룹 모임’ ‘찬양 콘서트’ 등 교제하고 삶을 나누는 순서로 오롯이 채워져 있었다. 이미숙 회장은 “남선교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교단 내 선교 콘퍼런스, 선교 세미나 등에 참석할 기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성도 교육과 돌봄, 육아 등 사역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여선교사들 중 우울증과 번아웃을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 가족을 잃는 상처를 품고도 소명을 잃지 않고 사역을 이어온 선교사님들도 있다”며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얘기들을 마음 터놓고 얘기하며 힐링을 경험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녹록치 않은 선교지 상황에서 여선교사가 타국에서 열리는 수련회에 참석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한 번의 수련회 참석을 위해 2~3년 간 조금씩 재정을 모으는가 하면 참가 신청을 한 선교사 중엔 왕복 항공료를 사역지의 시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써야 해서 참가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이번 수련회 참가자들의 평균 이동 시간은 14시간, 브라질을 출발해 38시간 만에 이스탄불에 도착한 선교사도 있었다.

김은호 서울 오륜교회 설립목사가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한 호텔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2024 세계 한인 여선교사 영성수련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DNA미니스트리 제공

수련회 진행과 찬양, 각종 리조이스(미용 의료 사진) 프로그램까지 현장 곳곳에선 성도들의 헌신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수련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성도들에게서 ‘하나님의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섬김을 위해 추석 명절 연휴까지 내려놓고 와준 성도들 덕분에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을 수련회가 될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DNA미니스트리는 앞서 3월(멕시코 페루)과 7월(캄보디아 베트남)에도 해외 선교사 초청 영성 수련회를 진행했다.

김은호 목사는 “그 동안은 부부를 함께 초청하는 수련회를 진행해왔는데 여선교사만의 특별한 필요를 현장에서 발견했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선교사님들이 주님과의 첫 사랑을 다시 한 번 회복하고 이를 통해 하나님께 고백한 소명을 다시 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규모를 떠나 한국교회 내 다양한 공동체가 섬김을 흘려보내야 할 사역 현장에 관심을 갖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스탄불(튀르키예)=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532525